처음 음대에 들어가서 작곡과 필수과목인 지휘수업 때의 이야기입니다.
완전 기초단계부터 고급단계까지 해서 세학기 연속으로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일 basic한 지휘 첫학기 수업을 들을 때, 수업은 무용과 전공생들이 수업을 받을 법한 커다란 강당이었었는데 선생님쪽의 칠판쪽만 제외하곤 양 삼면이 다 거울로 되어있었고, 거기에 허리높이 정도의 가로로 된 손잡이 같은 것이 있어서 바통을 그 곳에 치면서 익투스 연습을 하는 용도로 썼습니다.
제가 다니던 Ohio State University에 2002년 당시에 '라킨스 홀'이라고 체육관이 있었습니다. 음대에서는 좀 먼 거리에 있었는데, 제가 졸업할 때 쯤, 허물고 새로 더 큰 체육관을 지어서, 지금은 사라진 건물입니다. 그 건물 안에는 치료용 수영장이 있었습니다. 벽에 그림도 그려있고, 물도 따듯한..
운동과 거리가 먼 저는 지휘수업때문에 그 체육관에 가본 것이 다입니다.
지휘수업을 수영장에서 했었습니다. 수영복을 입지 않아도 되었었습니다. 물에 들어갈 수 있는 복장, 즉 반바지 반팔티를 입고 들어가 어깨까지 물에 잠기게 들어가서 물을 휘저으며 어깨에 힘빼는 연습을 했습니다. 정말 기초죠.
그 수영장은 바닥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었는데, 수업받는 학생들이 다 물이 자기 허리보다 조금 높은 곳에 오는 곳을 찾아 섭니다. 그리고 교수님이 막대기를 하나씩 나눠줬는데, 그 막대기로 물 표면을 치면서 익투스를 삐뚤어지지 않고, 평평하고 고르게 치는 연습을 했었죠. 익투스(ictus)란 지휘를 할 때, beat이 생기는 지점을 말합니다. (박자를 치는 지점?)
느린 레가토의 연습도 물 속에서 하면 그 느낌을 훨씬 쉽게 가질 수 있었습니다. 물을 손으로 가로질러, 물의 저항을 느끼면서 연습하는 것이지요.
미국의 다른 대학에서도 지휘수업을 이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박사를 했던 Arizona State University에서는 그냥 교실에서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구요..
한국의 음대에서 이렇게 수업을 받았다고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지금도 그 때의 수업을 상상하면 마치 영화의 한장면 같습니다.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죠.
아까 반주자들의 나눔터 게시판에서 생각나는 에피소드를 나누자는 글에 갑자기 이 글이 생각나서 제 블로그에다 먼저 올리고 옮겨서 이 곳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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