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생 67명서 0명.. 기적 부른 高校 오케스트라
[충남 목천高의 음악 실험] 매년 수십명 자퇴하던 학교.. 일부 학생들 악기 배우며 긍정·화합의 힘 퍼뜨리자 1년 만에 학교 분위기 변화조선일보 김성모 기자 입력 2015.09.09. 03:06
"음악이 학교를 바꾸고 있습니다. '작은 기적'이 시작된 것이죠." 한때 싸움 좀 한다는 이른바 '짱'들까지 몰려 '기피 학교'였던 목천고가 변하고 있다. 해마다 자퇴자 수십명씩 줄줄이 나오던 이 학교에서 작년에 자퇴자 '제로(0)'를 기록하자, 충남교육청에선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원래 목천고 학교 분위기는 '면학' '모범'과는 거리가 멀었다. 학생들은 툭하면 결석하기 일쑤였다. 천안 도심 학교에서 밀려난 거칠고 성적 나쁜 학생이 적지 않게 섞여 학습 분위기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연간 60일 이상 결석이면 퇴학'이란 규정에 따라 2009~2013년 자퇴자가 338명이나 나왔다. 2013년에도 전교생 600명 중 67명이 학교를 관뒀다. 이랬던 학교에서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기적은 작년 9월 학교에 만들어진 오케스트라가 이끌었다. 작년 봄 교육부의 '학교예술교육지원사업' 공문을 받은 교사들은 "우리 학교도 한번 해보자"고 머리를 모았다. 음악 수업하는 구영모(35) 교사가 '오케스트라 단원 모집 작전'부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짬짬이 '캐리비안의 해적' 관악기 버전을 들려주고, '너희도 멋진 오케스트라 단원이 될 수 있다'고 꼬신 거죠."

학생들은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악기 다룰 줄 하나도 몰라도 된다"고 해도 처음엔 달랑 8명이 모였다. '뿌' 소리 하나 못 내던 학생들은, 일주일에 4차례씩 방과 후 맹연습을 거듭했다. 단원 수가 30명 정도로 불었다. 첫 무대는 작년 11월 학교 축제에서였다. 학교 강당에서 오케스트라의 조용한 멜로디가 중주가 되고 타악기까지 붙어 합주를 했다. 곡이 끝나자 교사도 학생도 박수를 쳤다.
늘어난 건 음악 실력만이 아니었다. "합주하는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 벽이 무너졌고, 무기력했던 아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이 학교 교사들은 말했다. 말문을 닫아버렸던 아이가 교사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단원 김희주(18)양은 "같이 연주하면서 서로를 경쟁자로 보는 대신 같이 '통하는 사이'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학교 전체 분위기도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5월 '스승의 날' 기념식에선 학교 오케스트라가 강당에서 '스승의 은혜'를 연주하고 전교생들이 일어나 노래를 따라부르는 이벤트가 연출됐다. 연습할 땐 '절대 안 하겠다'고 하던 학생들이,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되자 우르르 일어나서 노래를 불렀다. 그 거칠었던 학생들의 변화가 이 학교 교사들의 눈시울을 붉게 했다.
개학날이던 지난달 19일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친구들 즐겁게 등교하라고 '개학식 등굣길 음악회'를 열었다. "아침 7시부터 일어나 준비하는 거 귀찮았는데, 친구들이 '잘한다'고 칭찬해주니까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단원 학생들은 이렇게 신이 났다. 다른 친구들도 오케스트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덩달아 감동했다.
'긍정 바이러스'가 교내로 번졌다. 학교가 변하니 자연히 '기피 학교' 타이틀은 떨어졌다. 신입생 지원 모집에서 항상 정원 미달을 기록했던 이 학교는 올해 180명 정원 모집에 188명이 지원했다. 임동수 목천고 교장은 "우리 학교를 '좋은 학교'로 만들고자 하는 교사들, 이를 따라와 준 학생들이 '기적'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와 충북교육청은 8~10일 오후 충북 청주 한국교원대에서 목천고를 비롯한 149개교 5000여명 학생이 참여하는 '제5회 전국 학교예술교육 페스티벌'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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