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컬러로 진화한 CT, 미세 암세포까지 잡아낸다

기쁜맘09 2016. 9. 24. 08:32


대표적 영상진단장비인 CT의 진단영역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 초창기 CT는 주로 두경부 내 출혈이나 종양 진단에 쓰였지만 컴퓨터의 발전으로 촬영 속도가 빨라지고, 영상 해상도도 선명해지면서 흉부, 복부 등 움직이는 장기가 있는 곳까지 사용되고 있다. 과거 흉부CT를 촬영하는데 수십분이 걸렸다면 이제는 10초 내 검사를 마칠 수 있다. 또 선명해진 영상은 기존 CT로는 발견하지 못했던 미세한 조기변형 암세포나 염증까지 찾아낸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구진모 교수는 "CT의 발전으로 영상이 선명해지면서 더 많은 임상정보를 얻고 있다"며 "더 많은 정보는 조기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CT가 진화하고 있다. 조직을 세밀하게 색깔로 구분해 미세한 병변을 찾아내고
CT가 진화하고 있다. 조직을 세밀하게 색깔로 구분해 미세한 병변을 찾아내고, 방사선 피폭도 줄어 안전성이 높아졌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CT로 혈류 양·세포 기능까지 진단

그동안 CT는 X선으로 촬영한 여러 장의 이미지를 하나의 단층 영상으로 재구성해 선명도를 높였다. 하지만 여러 장의 이미지를 촬영하는 방식은 흑백의 명암만 보여주기 때문에 조직 간의 경계가 명확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최근에는 기존 선명도를 높이는 방식에 근본적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칼슘이나 요오드 등 인체 내부 물질(원소)마다 색깔을 지정해 X선이 통과하면 지정된 고유 색이 나타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미세혈관병변 등 세밀한 조직도 색깔로 구분이 가능하다. 필립스 아이콘 스펙트럴 CT(IQon Spectral CT)는 원소마다 지정한 색을 통해 일반조직과 구분이 어려운 미세 조기변형 암세포까지 진단해내고 있다. 특히 색을 보고 진단하기 때문에 심장, 간, 위, 폐 등 움직이는 장기뿐 아니라 혈류의 양이나 세포의 기능성 진단까지 가능하다. 선명한 영상을 얻기 때문에 조영제 사용도 줄일 수 있다.

◇방사선 줄여도 선명한 영상 얻어


X선을 사용하는 CT는 방사선 피폭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07~2011년까지 우리나라 진단용 방사선 검사건수를 분석한 결과 1억6000만건에서 2억2000만건으로 4년간 35%가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환자의 18.4%(2013년 기준)는 CT를 다시 찍는다. 보통 흉부CT 1회 촬영시 8m㏜(밀리시버트, 방사선 단위)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학계에선 평생 누적방사선량이 100m㏜ 이상일 경우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영상의료기기업체들은 2000년 이후 방사선 피폭을 줄이는 저선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CT는 인체를 통과한 X선이 감지판에 부딪히고 그 에너지 감도를 구분해 이미지를 만든다. 흉부 엑스레이 촬영시 허공에서 찍지 않는 것도 반대편에 감지판이 필요해서다. 따라서 X선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에너지가 있는데, 감지판이 X선에서 많은 이미지 정보를 얻을수록 저선량이 가능해 피폭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최근에는 감지판 수를 늘려 X선을 쏘는 횟수를 줄이는 방식까지 나왔다. 감지판을 2겹으로 만들어 X선을 한 번만 쏴도 더 많은 이미지 정보를 얻는 방식이다. 저선량은 X선 신호를 약하게 보내야 하기 때문에 감지판의 두께가 너무 얇으면 영상신호가 다 빠져나가고, 너무 두꺼우면 불필요한 이미지 정보까지 걸려 선명한 영상을 만들지 못한다. 필립스헬스케어 CT사업부 최일웅 부장은 "감지판을 2겹으로 늘리면 추가 피폭 없이도 X선의 에너지 감도를 각각 구분한 뒤 선명한 해부학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콘 스펙트럴 CT는 지난 5월 아시아 최초로 서울대병원에 도입된 이후 현재 창원경상대병원, 고대안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에서 가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