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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에서의 박수

기쁜맘09 2016. 6. 20. 18:07


**음악회에서 박수는 언제 쳐야 하나?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가 객석을 향해 완전히 돌아선 다음 박수를 치기 시작해도 늦지 않다. 지휘자가 없는 공연이라면 연주자가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쳐도 된다. 성급한 박수로 음악의 여운과 잔향을 산산조각 내는 일보다 낫다.

악장(樂章) 사이의 박수는 삼가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소나타, 교향곡, 연가곡, 칸타타, 오라토리오에서 중간에 터져 나오는 박수를 진주 목걸이를 가위로 끊는 행위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음악의 흐름을 끊고 작품을 불구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1악장 연주를 듣고 나서 감동을 받아 박수를 치지 않으면 도저히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면 뜨거운 박수를 보내도 된다. 곡이 완전히 끝난 줄 알고 실수로 악장 사이에 박수를 쳤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 옆사람이 “쉿” 하며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더라도 치던 박수는 쳐라. 벅찬 감동을 못 이겨 친 박수라면 말이다. 악장 사이의 박수를 금지하는 불문율이 생긴 것도 불과 50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감동의 순간이 아니었다면, 그냥 들어줄 만한 정도의 평범한 연주였다면 박수는 음악이 다 끝난 뒤로 미루자.

그렇다면 음악이 완전히 끝났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휘자의 동작을 유심히 관찰하면 된다. 지휘자가 악장이 끝난 후 긴장을 완전히 늦추지 않고 다음에 연주할 음악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단원들을 주시하고 있다면 아직 음악이 끝나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독창회에서 ‘겨울 나그네’ 같은 연가곡(連歌曲)이 아니더라도 가령 슈베르트의 가곡 가운데 세 개를 골라 연이어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한 작곡가의 작품이 모두 끝난 후에 박수를 친다. 이때 연주자는 무대 뒤로 잠시 퇴장했다가 호흡을 가다듬은 후 다시 나와서 다음 레퍼토리를 연주한다.

지휘자의 경우 악장이 끝났는데도 양팔을 천천히 내려 박수를 미리 방지하기도 한다.

마지막 악장이라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5번 4악장 클라이맥스 직후에 나오는 상당히 긴 쉼표 부분에서 실수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연주가 완전히 끝난 후에도 박수를 치지 않는 곡이 있다. 그리스도의 수난을 음악화한 바흐의 ‘마태 수난곡’이 대표적이다. 특히 사순절 기간에 연주할 때나 교회당에서 연주할 때 박수를 자제하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마태 수난곡’은 물론 교회 예배의 찬양 순서 때도 박수를 금지하는 불문율이 흐지부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연주자들은 박수갈채를 먹고 산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입장할 때는 박수를 치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맨 나중에 바이올린을 든 악장(樂長)이 입장할 때는 박수를 치는 것이 예의다.

지휘자가 지휘대 위에 올라 인사할 때까지 박수를 친다. 중간 휴식이 끝나고 2부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협연자는 무대 중앙에 자리를 잡고 인사할 때까지 친다. 지휘자가 필요없는 체임버 오케스트라나 실내악단은 단원들이 함께 무대에 나올 때 박수를 쳐야 한다.

프로그램이 완전히 끝나고 지휘자(실내악은 단원 전체)가 퇴장한 뒤에도 박수를 친다. 적절한 박수는 교양의 표시이며 연주에 대한 평가를 나타내는 척도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박수를 칠 때라면 휘파람을 부는 것도 무방하다. 연주가 형편 없었다면 “우” 하면서 야유를 보내도 된다.

단원들이 악보를 뒤적이면 앙코르 곡을 준비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네 번째 커튼콜에도 앙코르를 연주하지 않으면 더 이상 미련두지 말고 일어나자.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풀코스 정찬에 비유한다면 앙코르 곡은 메뉴에 없지만 주방장 마음먹기에 달린 디저트다. 푸짐한 디저트를 원한다면 아낌없이 박수를 치자. 앙코르에 인색한 연주자도 있기만 대부분은 우레와 같은 박수에 약해지기 마련이니까.

** 박수를 쳐야 할 때

•오케스트라 악장이 입장할 때
•지휘자가 입장할 때
•협연자를 앞세워 지휘자가 등장할 때
•중간 휴식 후 지휘자가 다시 입장할 때
•지휘자가 무대 뒤로 사라졌다가 다시 입장할 때
•연주가 끝난 후 지휘자가 곡 중 독주자를 일으켜 세울 때
•지휘자가 단원 전체를 일으켜 세웠을 때
•협주곡이 끝난 후 지휘자가 협연자의 손을 잡고 인사할 때
•앙코르 곡 연주가 끝났을 때
•실내악 공연에선 단원들이 함께 입장할 때
•지휘자가 객석 쪽으로 완전히 돌아서서 “우린 해냈어요!” 하는 표정으로 얼굴에 미소를 띨 때

** 실수하기 쉬운 연주곡의 예

O 베버의 무도의 권유 왈츠의 경우 서주부가 조용히 연주된 후 밝은 왈츠가 나온 뒤 코다에서 곡이 끝나는 듯 휘날레를 마치지만 아직 박수를 치면 낭패다. 다시 처음 연주되었던 서주부가 반복되면서 조용히 끝나고 나서야 마치게 되니까.

O 차이코프스키의 제6번 교향곡 비창의 경우 3악장이 종료될 때 휘날레 처럼 웅장하게 끝나게 되는데 이 때 대부분의 청중이 박수를 치는데 이건 아니다. 아직 4악장이 남았있기 때문이다. 4악장이 끝날 때는 의외로 조용히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