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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PSG

기쁜맘09 2016. 6. 10. 07:49




평균 36세, 회사 간판도 없이… 펀드 수익률 1등 휩쓸다

  • 김은정 기자
  •          [초소형 자산운용사 유경PSG]

    서울대 투자동아리 선후배 5명 "여의도 투자업계 관행에 염증"
    前직장 연봉 반의반만 받고 대형 헤지펀드 스카우트도 거절

    "코스피가 5% 떨어질 때 펀드 수익률이 그보다 2%포인트 높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요. 그래 봐야 투자자는 돈 잃은 거잖아요. 어떤 경우에도 투자자의 돈을 까먹지 않는, 수수료 받는 게 부끄럽지 않은 '진짜 펀드매니저'가 되자는 목표로 헤쳐 모였습니다."

    화려한 빌딩이 즐비한 '한국의 월가' 여의도 한구석. 허름한 화재보험협회빌딩 한 층 3분의 1 공간에 버젓한 간판도 없이 세들어 사는 초소형 자산운용사 유경PSG자산운용이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섰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이 국내에 출시된 900여개 주식형펀드의 최근 3개월, 최근 6개월, 최근 1년, 최근 2년 수익률을 각각 집계해 보니 이 회사 펀드가 모두 1등을 싹쓸이한 것이다. 같은 기간 자산운용사 45곳이 굴리는 펀드의 수익을 합친 회사별 수익률 역시 이 회사가 1등이다. 단지 1등이 아니라 최근 1년 새 44개 회사가 모두 수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 이 회사만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을 내 타사를 압도했다(이상 5월 말 기준).

    “펀드 수익률 마이너스 내놓고 펀드매니저가 월급 받는 게 말이 되느냐”는 문제의식으로 뭉친 유경PSG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 5명이 최근 수익률 1위를 휩쓸며 여의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강대권(앞) 주식운용본부장과 김재형·최재홍·이상욱·장동원(뒷줄 왼쪽부터) 매니저가 겉은 못생겨도 속은 매력 있는 ‘선인장 같은 주식’을 찾고 있다.
    “펀드 수익률 마이너스 내놓고 펀드매니저가 월급 받는 게 말이 되느냐”는 문제의식으로 뭉친 유경PSG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 5명이 최근 수익률 1위를 휩쓸며 여의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강대권(앞) 주식운용본부장과 김재형·최재홍·이상욱·장동원(뒷줄 왼쪽부터) 매니저가 겉은 못생겨도 속은 매력 있는 ‘선인장 같은 주식’을 찾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운용 자산 규모가 200배나 큰 미래에셋·삼성자산운용을 부끄럽게 하는 이 회사에는 달랑 5명의 펀드매니저가 일한다. 평균 나이 36세. 10~15년 지기 서울대 투자동아리 선후배들로, 각기 다른 회사에서 투자 업력을 쌓다가 최근 속속 '집결'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주식 오타쿠(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사람)'라고 부른다. 연봉이 기존 직장 대비 반의반으로 깎여도 '어떤 제약도 없이 마음대로 주식을 굴릴 수 있다'는 조건 하나만 보고 대형 헤지펀드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여기 모였기 때문이다.

    투자할 만한 종목을 일차적으로 걸러내는 역할을 맡은 최재홍(37) 차장은 JP모건 출신, 강대권(37) 본부장과 장동원(40) 헤지펀드 팀장, 이상욱(32) 선임운용역은 가치 투자로 유명한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부사장과 함께 일한 '이채원 키즈'들이다. 회계사 출신인 장동원 팀장은 회사의 진짜 가치를 속속들이 공부하겠다며 회계법인으로 '외도'한 뒤 유경PSG로 옮겼고, 이상욱 선임운용역은 두 번의 창업 실패 뒤에 이곳에 왔다. 김재형(36) 과장은 포스코 세무·회계 담당을 하면서 보수적인 재무 분석에 도가 텄다.

    장 팀장은 "우리 모두 여의도 투자업계의 찌든 관행에 염증을 느꼈다"고 했다. 투자 대상 회사의 펀더멘털(기초 체력)보다는 단기 모멘텀 중심 투자를 하고, 열심히 마케팅해서 돈 많이 끌어모은 뒤 수익률이 나빠지면 기존 펀드를 버리고 새 펀드 만드는 일이 요즘도 여의도 증권가에 비일비재하다. 회사는 수수료만 벌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유경PSG팀은 "고객의 이해와 펀드매니저의 이해를 일치시키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따로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벤치마크(코스피 등 투자의 기준이 되는 주가지수)를 추종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세웠다. 펀드 수익률이 높아질수록 성과 보수가 늘어나도록 연봉 체계도 스스로 짰다.

    이들은 '선인장' 같은 주식을 찾는다고 했다. 선인장은 가시가 많고 못생겨서 사람들이 다가가지 않지만, 그 속엔 사막에서도 살아남을 물이 촉촉하게 가득 차 있다. 강 본부장은 "강력한 현금 흐름을 갖춰 불황에도 3년 이상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 강한 위기의식을 가진 경영진이 이끄는 회사, 일반 대중의 관심에선 벗어나 있지만 알고 보면 매력적인 주식이 바로 선인장 같은 주식"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고른 주식을 모은 '유경PSG좋은생각펀드'는 최근 6개월 새 코스피 지수가 1.4% 오르는 동안 9.7%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나머지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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