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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베란다 텃밭, 어떻게 가꿀까

기쁜맘09 2017. 5. 24. 22:13


아파트 베란다에 텃밭을 꾸리는 도시인이 늘어나고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회색의 빌딩 숲에 지치면서 녹색에 대한 갈망이 커졌고, 가습기 살균제 등 잇따르는 부정적인 뉴스에 농약 등 화학물질에 대한 거부감도 늘어난 탓이다. 자녀와 함께하는 자연활동으로 선호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낮에 직접 수확한 채소를 저녁 밥상에 올리는 가정 주부의 ‘로망’도 반영됐다. 하지만 이씨처럼 성공사례만 보고 무턱대고 시작했다간 실패할 확률도 높다. 유리온실이나 빌딩 옥상의 텃밭과 달리 아파트 베란다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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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베란다를 이용한 텃밭을 시작할 때는 아파트 방위를 먼저 고려해 채소를 선정하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화분 배치도 햇빛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창가쪽으로 수직 배치하는 것이 좋다. 농촌진흥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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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환경에 맞는 채소 선택이 중요



베란다 텃밭을 시작할 때 처음 떠오르는 고민은 ‘무엇을 키울까’다. 그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서는 아파트의 방위, 층수, 유리창 특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 식물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햇빛과 직결된 문제기 때문이다.

채소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유리온실의 햇빛 양은 평균적으로 1000μmol(마이크로몰)을 넘는다. 같은 햇빛이지만 아파트 베란다로 오면 햇빛 양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그나마 햇빛이 많이 드는 남향이 유리온실의 절반 수준이고, 동·서향은 35%, 북향은 이보다도 더 낮다. 특히 층이 낮거나 앞에 건물이 있는 경우 10% 수준도 안 될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장윤아 농업연구사는 “아파트 방위에 따라 빛의 양과 일조시간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남향, 동·서향, 북향으로 나눠서 채소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며 “남향은 상추와 시금치, 열무, 곤드레 나물, 레몬그라스, 페퍼민트 등을 비롯해 베란다에서는 키우기 어려운 열매채소인 방울토마토까지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향이 아니라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동·서향의 경우 쑥갓, 청경채, 참나물, 셀러리, 파슬리 등을, 북향의 경우 생강이나 엔다이브, 치커리, 부추, 쪽파 등을 재배할 수 있다.

쪽파, 치커리 등을 재배하고 용기를 얻은 가정에서는 용기를 얻고 참외와 수박 재배의 ‘원대한 포부’를 갖기도 하지만 이는 베란다에 적합하지 않다. 열매 채소는 광합성량이 많은데, 유리창이 있는 베란다는 좁고 직사광선을 받지도 못해 성장이 어렵다. 브로콜리와 딸기, 가지, 호박, 감자 등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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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이 되기 전에 시작해볼까

가장 중요한 채소 선택이 끝나면 도시인들에게 익숙지 않은 준비물을 챙기는 순서가 남는다.

용기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스티로폼 박스나 2L 페트병을 자른 용기 등 깊이가 10∼15㎝ 정도 되는 곳에 구멍을 뚫어주기만 하면 된다. 다만 생강 같은 뿌리 채소는 깊이가 20㎝ 이상 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양분이 되는 흙이다. 마당이나 밭에 있는 흙을 잘못 옮겨 담으면 잡초 종자와 벌레가 함께 옮겨질 수 있는 만큼 유기물이 포함된 원예용 상토를 인터넷이나 대형 마트에서 구입해 사용하면 편리하다.

다음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 씨앗을 심을지, 모종을 구매해 심을지 여부다. 씨앗은 싹이 트면서 어린잎 채소를 솎아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빛이 약한 가정에는 웃자라기 쉽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 모종은 수확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짧은 것이 장점이다. 허브류는 발아가 잘 안 돼 모종을 사서 심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첫 파종 후 한 달 정도 지나면 양분을 추가해주는 것이 좋다. 일반 가정에서는 가스나 냄새, 곰팡이 위험으로 유기질비료보다 화학비료를 쓰는 것이 낫다. 유기질 비료나 화학비료나 식물은 이온형태로 흡수하는 만큼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 단계를 모두 거치면 엽채류의 경우 빠르면 30일이 지나 수확할 수 있다. 씨앗을 심었을 경우 60일 정도 걸린다. 엽채류는 수확시기가 지나면 지나치게 잎이 무성해서 통풍이 나빠져 병이 발생할 수 있으니 빨리 수확하는 게 좋다.

그동안 베란다 텃밭을 계속 생각만 해왔다면 지금 서두르는 것이 좋다.

장윤아 농업연구사는 “베란다 온도는 겨울에도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연중 재배가 가능하다”며 “가장 까다로운 계절이 여름철인데, 이땐 쪽파처럼 해충이 거의 없고 더위에 강한 쪽파나 엔다이브, 치커리, 근대 등을 키우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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